자다가 자꾸 이불을 걷어차는 이유… 체온 조절과 수면의 관계
잠들기 전에는 분명 추워서 이불을 목까지 덮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이불이 침대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잠이 들기 전에는 덥지 않았는데 한밤중에 더워서 이불을 걷어차거나 땀을 흘리며 깨기도 한다. 함께 자는 사람과 이불을 덮는 정도가 크게 달라 한 사람은 춥고 다른 사람은 덥다고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잠버릇뿐 아니라 수면 중 계속 변화하는 체온 조절과 관련이 있다.
사람의 체온은 하루 종일 똑같이 유지되지 않는다. 몸에는 일정한 생체리듬이 있어 체온도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오르내린다. 일반적으로 낮 동안에는 체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다가 밤이 되면서 잠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중심체온이 서서히 낮아진다.
잠이 오기 시작할 때 손과 발이 따뜻해지는 것도 이러한 과정과 관련이 있다. 피부 가까이에 있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몸속의 열을 외부로 내보내기 쉬운 상태가 된다. 손발은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몸의 중심부 체온은 잠들기 좋은 방향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이불은 이러한 열 손실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잠든 뒤에도 체온과 주변 환경은 계속 변한다. 침대와 이불 안에 체온으로 인한 열이 쌓이면 처음 잠들 때 적당했던 이불이 몇 시간 뒤에는 덥게 느껴질 수 있다. 이때 잠든 상태에서도 몸을 움직여 이불을 밀어내거나 자세를 바꿀 수 있다.
특히 두껍고 보온성이 높은 침구를 사용하면 이불 안쪽의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기 쉽다. 겨울이라고 지나치게 두꺼운 이불을 덮고 난방까지 강하게 하면 한밤중에 더위를 느끼며 잠에서 깰 수 있다. 잠들기 전 추위를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밤새 같은 정도의 보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면 단계에 따라서도 체온 조절 능력에는 차이가 생긴다. 특히 렘수면에서는 깨어 있을 때와 비교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제한되는 특징이 있다. 주변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편안한 수면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잠에서 깨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자면서 이불을 걷어차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은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몸이 따뜻해진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체온 조절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주 후 수면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밤중에 더위를 느끼거나 땀을 흘리고 자주 깨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 시간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며 운동이 끝난 뒤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려간다. 적절한 시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잠들기 직전까지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체온과 심박수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대에 눕게 될 수 있다. 이때 평소보다 덥게 느끼거나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여성은 호르몬 변화에 따라 체온을 다르게 느끼기도 한다. 월경주기 동안 기초체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폐경 전후에는 갑작스러운 열감과 발한이 밤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자다가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이불을 걷어차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침실 온도 외에 호르몬 변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침실에서 자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격과 근육량, 사용하는 잠옷과 침구, 개인의 대사 상태 등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부부가 같은 이불을 덮었는데 한 사람은 계속 이불을 끌어당기고 다른 사람은 걷어차는 상황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방을 무조건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더운 환경에서는 몸이 잠들기 위해 필요한 열을 충분히 내보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땀이 날 정도로 덥게 자면 중간에 깨거나 수면이 얕아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너무 추운 환경도 수면을 방해한다. 추위를 느끼면 몸은 열을 보존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근육의 긴장을 높일 수 있다. 손발이 지나치게 차가우면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개인에게 편안한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침실 온도뿐 아니라 습도와 침구의 통기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열과 습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 침구를 사용하면 실제 실내온도가 높지 않아도 이불 안은 덥고 축축해질 수 있다. 계절에 맞는 잠옷과 침구를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한 장의 두꺼운 이불보다 얇은 침구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자면서 이불을 걷어차는 것과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침실이 덥지 않은데도 잠옷과 침구가 젖을 정도로 땀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단순한 체온 조절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발열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지속적인 두근거림 등 다른 증상이 야간 발한과 함께 나타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복용 중인 일부 약물이 땀 분비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어 새로운 약을 복용한 이후 변화가 시작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아침마다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해서 잠버릇이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잠든 뒤에도 몸은 주변 온도와 자신의 체온 변화에 반응하며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다만 밤마다 더위 때문에 여러 차례 깨거나 땀이 심하게 난다면 이불을 걷어차는 행동 자체보다 침실 환경과 생활습관, 동반되는 신체 변화가 없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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