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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진 이탈 심화…지방 의료 붕괴 위험

의료공백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료기관을 떠나는 의료진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역 필수의료 체계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특히 응급·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진료과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되며, 지역 주민의 실제 치료 접근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지방의 여러 병원은 전문의 확보 실패로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거나 병동을 일시 폐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병원은 야간·당직 부담, 낮은 보상, 의료사고 분쟁 위험 증가 등 누적된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의사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지방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결국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량만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 유출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업무 환경’이다. 지역 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한 명의 의사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고, 응급 상황 대응을 위해 휴식 없이 근무가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또한 지방 의료기관은 장비·시설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복잡한 중증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전문성 축적 기회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진이 떠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환경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역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면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이다. 응급환자가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대도시 병원으로 이송되면,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워 사망률과 후유증 발생률이 급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소아과 공백으로 어린 환자가 야간에 진료 받을 곳이 없어 대도시로 이동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산부인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임산부가 출산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원정 출산’까지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의료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 근무 의료진에게 추가 보상 지급, 필수과 전담 인력 확충, 공공병원 기능 강화 등의 정책이 제시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지원책이 단기 인센티브 중심이라 근본적 환경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한 전문의는 “근무조건·인력구조·법적 보호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방으로 이동하려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통합 의료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이는 지역 병원과 대형병원이 환자를 공유하고, 원격협진과 공동 진료를 통해 중증 환자를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지원 시스템과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하면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필수과 전공의 배치 의무화, 공공의대 설립 논의 등 중장기 인력 양성 모델도 논쟁 속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의료 문제가 국가 의료체계 전반의 신뢰와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특정 지역의 문제로 그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 격차가 국가 단위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지방 의료는 지금도 한계점에 근접해 있으며, 구조적 개혁 없이는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의료진 이탈이 이어지는 지금,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결단과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의료가 균형을 되찾지 못한다면, 의료 공백은 더 넓어지고 주민 건강은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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