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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없는데도 폐질환이 진행되는 사례

폐 질환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먼저 ‘기침’을 떠올린다. 가래와 숨찬 느낌, 거친 호흡음이 동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기침이 거의 없으면 “폐는 괜찮겠지”라고 안심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기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도 폐 기능이 서서히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기침이 없는데도 폐질환이 진행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폐는 통증을 잘 느끼지 않는 장기다. 폐 조직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어도 뚜렷한 경고를 보내지 못한다. 염증이나 섬유화가 서서히 쌓이면, 몸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호흡 패턴을 조금씩 바꾼다. 계단을 오를 때 약간 더 숨이 차거나, 피곤할 때만 가슴이 답답한 정도로 지나가기 쉽다. 이런 미묘한 신호는 일상 속에서 쉽게 무시된다.

대표적인 예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다. 흡연력이나 미세먼지, 직업적 분진 노출이 쌓이면서 기도와 폐포가 서서히 손상된다. 초기에는 기침이 없어도 호흡 능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숨이 차는 느낌이 있어도 체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실제로 검사해 보면 공기 흐름이 제한되어, 운동 시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침이 없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간질성 폐질환도 기침이 미미할 수 있다. 폐 조직이 단단해지고 경직되면서 산소가 혈액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염증이 서서히 진행되면, 증상은 피로감과 가벼운 호흡곤란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깊은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이 팽팽하게 당기는 느낌이 전부일 때도 있다. 일부 환자는 감기와 비슷하다고 여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초기 폐암 역시 기침이 없는 경우가 있다. 폐 깊은 부위에서 시작된 종양은 주변을 자극하지 않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이 때문이다. 종양이 커져 기도를 압박하거나 염증을 일으켜야 그제야 기침과 통증이 나타난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와 직결되는 대목이다.

폐결핵 또한 마찬가지다. 고전적인 이미지와 달리, 일부 결핵은 기침이 거의 없고 피로감과 체중 감소, 미열만 보일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증상이 더욱 모호하다. 전염 가능성이 있지만, 감기나 몸살로 오해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같은 질환이라도 면역 상태와 병변 위치에 따라 증상은 크게 달라진다.

기침이 없다고 진단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적응’이다. 사람은 점진적인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숨이 조금 더 차면 활동량을 줄이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며 불편을 우회한다.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폐 기능 저하가 생활 방식을 억지로 바꾸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조기 신호가 묻혀 버린다.

진료실에서는 세밀한 문진이 중요하다. 평소보다 숨이 차는 범위가 넓어졌는지, 감기 후 회복이 오래 걸리는지, 밤에 누웠을 때 호흡이 답답한지 확인한다. 이어서 폐 기능 검사로 공기 흐름과 용적을 측정하고, 흉부 X선과 CT로 구조적 변화를 살핀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와 운동부하 검사가 동원된다. 기침이 없더라도 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원인에 맞춰 진행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서는 금연과 약물 흡입 치료가 기본이며, 호흡 재활을 통해 운동 능력을 회복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염증을 줄이는 약물과 산소 치료가 병행되며, 악화 요인을 차단하는 관리가 중요하다. 폐암과 결핵은 각각에 맞는 표준 치료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적을 때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사실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흡연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끊는 시점이 빠를수록 손상은 줄어든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 착용과 환기 관리가 필요하다. 기침이 없더라도, 호흡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되면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흡연력이나 직업적 노출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기침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하나의 신호”라고 말한다. 기침의 유무로 폐 건강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평소보다 숨이 차고 활동 범위가 줄어드는 변화, 피로감과 가슴 답답함 같은 미묘한 증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기에 확인하고 관리하면,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변화를 지나치지 않는 태도가 폐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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